Q. ‘인터뷰에서 “기자는 쪽지를 쓰는 사람이라면 PD는 편지를 쓰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중고차 신종 사기 잠입 취재도 하고, 캄보디아 잠입 취재를 통해 청소년 중독 문제를 파헤쳤다. PD라는 일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어떤 것일까.
A. PD라는 직업이 이 사회에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지점들을 발견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실체나 폐해에 조명을 비추는 일에 있다. 특히 시사교양 PD에게 그 조명의 밝기와 각도는 곧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
몇 년 전 언론사 인터뷰에서, 기자가 여러 장의 다양한 쪽지를 쓰는 사람이라면 PD는 한 통의 긴 편지를 쓰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비유를 한 적이 있다. 기자와는 또 다른, PD만 가지는 일종의 특권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긴 호흡의 완결된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드라이한 팩트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50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에게 사실뿐만 아니라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이번 〈인재전쟁〉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기술 발전이 눈부시다는 것, 혹은 우리나라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 아래 달린 댓글들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것이 ‘올해 본 영상 중 가장 무서운 공포 영화였다’라든지 ‘시작한 지 5분 만에 팔에 소름이 돋는다’ 같은 글이었다. PD가 전달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구현한 정서적 울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중고차 사기나 캄보디아 잠입 취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범죄 사실을 알리는 것을 넘어 시청자에게 내가 느낀 허탈감, 위기감, 불만 등 생생한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느끼게 함으로써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라는 변화 의지의 출발선에 서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사실이라는 재료로 시청자를 설득하고,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감정의 파도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것. 그것이 시사교양 PD가 이 사회에서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쓸모 있고도 거대한 가치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