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첫 번째 전하고 싶은 이야기 미리보기👀
🔖고전과 경전에서 '오래된 새길'을 찾는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박사 인터뷰
🔖음악과 미술에 대한 사랑을 나눈 서경식 교수를 기억하며_임주빈 칼럼니스트의 에세이
🔖오지 여행을 다녀오듯 조선족 문화를 소설을 통해 읽어 보세요_중국 교포 박옥남 작가 인터뷰
🔖수많은 존재의 무수한 '외침'을 책가도로 표현하는 우상호 작가의 회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12.29)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법의학자 윤창륙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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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고전과 경전을 읽어야 할까요? 고전문헌학자 배철현 박사는 인간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지 못하는 ‘허무주의’가 요즘 삶의 화두라고 말해요. 쇼펜하우어의 저작과 플라톤의 《고르기아스》같이 허무주의를 말한 책이 각광을 받는 건 지금 우리가 길을 잃었기 때문인데요. 약 먹고 자는 사람이 500만 명, 10년 전부터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에서 대중으로 살지 않고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수련을 해야 할까요. 배철현 박사의 인터뷰를 통해서 불안을 극복하고 주체적 자아를 발견하는 방식을 들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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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임주빈은 일본 쿄토에서 재일 조선인 2세로 태어난 서경식 선생의 글을 보며 소수자,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새로이 인식합니다. 더 나아가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를 통해 어느 도시를 가든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는 예술에 대한 사랑도 발견하죠. 서경식 선생님의 《나의 미국 인문 기행》에는 같은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 세계적인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데요. 에드워드 사이드를 음악 평론으로 이끈 이가 다름 아닌 독특한 연주 기법을 가진 글렌 굴드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글렌 굴드의 음악을 함께 감상하며,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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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J. S. Bach / 골드베르크 변주곡The Goldberg Variations BWV 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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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중국 교포 박옥남 작가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옵니다. 그의 소설을 읽어보았다고 말하는 한양대 국문학과 이승수 교수의 전화였죠. 첫 만남에서 이승수 교수는 《마이허》를 한국에서 출간하자고 말했고, 2024년 차이나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박옥남 작가는 한국에 처음으로 소설을 선보입니다. 박옥남 작가의 소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의 소설은 한 동네에 100호 가까이 사는 조선족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들의 사투리를 실감나게 표현합니다. 조선족이 한족에 동화되는 과정과 조선족 민족 교육이 해체되는 역사를 다루고 있죠. 조선족을 다루는 문학을 오지 여행 한번 다녀오듯이 읽어보기를 권하는 박옥남 작가의 인터뷰를 함께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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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작가는 소통을 희망하는 존재의 외침에 귀 기울이면서 소통의 매개체로 책을 선택했어요.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소통의 매체로 여겨져 왔는데요. 수많은 책에 담긴 이야기,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는 우상호 작가의 칠화 기법을 통해 화면 위에 구현되죠. 그렇게 책가도로 시간의 지층을 쌓고 헤집는 우상호의 회화를 통해 독자는 책 속에서 의미를 캐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모든 독자를 잠정적인 박물학자들과 고고학자들로 만드는 우상호 작가의 회화를 감상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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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ying of three piecesacrylic, jagae on panel, 70.4 x 100.8cm, 2022 ©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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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ying of Shangri-La acrylic on panel, 180.0X420.0cm, 2022 ©우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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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ying of blue and redacrylic, jagae on panel, 60.6 x 100.0cm, 2022 ©우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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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지나기 전에 제주항공 참사와 캘리포니아 산불 등 국내외로 안타까운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며 유족에게 시신을 돌려주는 일을 하는, 국내에는 열 명이 안 된다는 법치의학자입니다. 제주항공 참사의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자원해 달려간 윤창륙 법치의학자는 “망자들에 대해서 우리 산 자들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데요. 타인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건, 사고 속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고 기억하며 윤창륙 법치의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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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치의학을 전공하다가 법치의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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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은사이신 연세대학교 김종열 선생님을 만나 치과계에 남을 수 있었다. 선친의 권유로 전공, 대학 모두 바꿔 치과대학에 들어갔지만 치의학은 접하자마자 내가 갈 길이 아니란 것을 느꼈다. 치과의사의 길을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참으로 방황하던 대학시절이었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대학은 일단 졸업하고 신문기자가 되려고 마음먹었는데, 본과 3학년 1학기 때 김종열 선생님의 법의학 강의를 접한 첫날 가야 할 길을 찾았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 치과계에 내가 하고 싶은 분야도 있구나. 그날 은사님을 찾아뵙고 문하생으로 입문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다. 내 일생이 결정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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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검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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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사건과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두 사건은 내 인생의 의미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대구지하철 참사 때는 혼자 많이도 울었다. 돌아가신 분들은 대부분 순수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돌아가신 분들보다 인간적으로 의롭거나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분들은 나보다 부유하지 못해 물질적 풍요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처참하게 죽어야 했나, 끝없이 되뇌인 기억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수 주 동안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검시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신은 점점 부패해갔고 얼굴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검시 컨테이너박스 안에는 시신 썩는 악취가 진동했다. 다 썩어 문드러진 아들과 딸을 부여안고 볼을 부비는 부모님들의 모습과 그분들이 하신 말씀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아들아! 내가 잘못했다! 딸아! 미안하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너희들이 이렇게 죽어갔구나! 우리 어른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너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 있는 우리들이 세상을 바꿔주마!”
세상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세월호 참사와 17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250명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의 희생자들은 살아남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주었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넘어 끝없는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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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내에 활동하는 법치의학자가 열 명이 안 된다고 하는데, 누군가 법치의학자가 되고 싶어한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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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먼저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의학과 치의학이 생명의 존엄성을 귀히 여기는 과학이라면, 법의학과 법의치과학은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권 존중의 학문이다. 그래서 법의학의 수준은 바로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이라고 한다. 법치의학은 주로 죽은 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외치는 침묵의 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죽은 이를 찾아 가족에게 돌려드리는 작업은 살아 있는 우리의 의무이자 또한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아울러 우리의 가슴속에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유족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품는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희생된 분들과 상처받은 가족들을 상대할 때 필요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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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살아가면서 뼈에 각인된 것처럼 깊이 간직한 문장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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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특히 흑역사일수록.’
나는 지난 40년간 불행의 현장에 직접 참여했다. 여러 건의 국내 및 중국 항공기 추락, 최고급 삼풍백화점의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같은 인공재난 현장뿐만 아니라 30만 명 이상이 사망한 서남아시아 쓰나미 참사 같은 자연재난 현장에서 희생자들을 찾는 작업을 수행했다. 또한 수만 명이 희생된 제주 4·3사건,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 5·18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역사적 재난 현장에서도 희생된 유해들을 발굴하고 감정했다.
불행의 원인은 지진과 같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개인이나 조직 또는 국가의 잘못이었고 비슷한 유형의 재난이나 사건·사고가 되풀이되었다. 누구의 잘못이건 용서할 수는 있어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영광의 역사이건 치욕의 역사이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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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법치의학자로서의 사명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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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법치의학자의 길로 접어들면서 활동하던 시절 너무나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시대와 6·25전쟁을 겪은 후 절대빈곤인 상태에서 세계사에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임을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 그러나 급속 성장의 그늘 아래 지구상에서 대형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고공화국으로 자리 잡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수차례의 비행기 추락, 대구지하철 참사 그리고 세월호 침몰 참사 등 그 수는 헤아리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방 직후 좌우 이념의 갈등, 남북의 대립과 충돌 속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어 희생양이 되었다. 1970~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에 항거하다 산화하거나 희생된 사람들 역시 부지기수다. 이름 없는 분들이 이유조차 모른 채 억울하게 이 세상을 떠나야 했고, 남은 자들은 보통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 남은 생을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희생의 대가로 대한민국 법과학 수준은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다. 끊임없는 사고로 전문가들의 법과학적인 경험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의 ‘웃픈’ 현실도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법의학이란 학문에 입문할 당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좋아서 하는 일에 무슨 사명감이 있었을까? 그러나 하나하나 시신을 다루며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고, 내 학문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으며, 법의학은 내 팔자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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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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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많은 참사를 겪으면서 스스로에게 자주 묻곤 했다. 왜 이런 엄청난 사고가 우리에게 닥쳤을까?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늘의 심판이라 하기엔 생명의 가치가 너무 크고도 귀한데, 무너진 시설물들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면 다시 세워지겠지만 무너진 마음들은 무엇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위로는 기억이다. 함께하는 기억이다. 나는 사랑하는 막내동생을 잃고 나서 6개월 동안 악몽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 악몽이 평생 계속된다면 어찌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십 수 년이 흐른 지금 상실감은 조금 다른 감정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기억에서 사라진다면 더 슬프고 미안할 것 같아 늘 기억하려 노력하고 있다. 잊는 것은 위로가 될 수 없다. 기억에서 지우려 하지 말고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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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이브러리 레터가 전하는 2월 첫 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오늘 전해드린 이야기를 핵심 해시태그로 요약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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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해서 한 달에 두 번 도서관과 독서 문화 콘텐츠에 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인사이트를 찾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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