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어요.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는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인데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비극적인 역사 속에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작별하지 않는다》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그린 《소년이 온다》 등을 써온 한강. 한림원은 “역사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면서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시적인 산문”이라고 평가했어요. 우찬제 평론가는 한강이 스며든 어떤 인간이나 사물도 단지 홀로인 존재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말해요. 다른 존재와 관계 맺게 되는, 더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고 하는데요. 사건의 전개나 속성보다 그 사건 속 인간 고통의 심연으로 들어가 고뇌하고 질문했기에, 세계 독자들의 보편적 공감의 지평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우찬제 평론가의 글 함께 읽어요.
우찬제 평론가는 한강 작가를 두고 세상의 모든 슬픔을 함께 울어줄 매우 큰 “텅 빈 항아리”를 작은 몸 안에 지닌 작가라고 말해요. 자기 삶의 자리에서 뿌리 뽑힌 채 상처받은 디아스포라들과 한강은 어떻게 함께 우는지, 또 한강의 언어 중에 ‘괜찮아’라는 말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우찬제 평론가가 말하는 한강 작가 두 번째 이야기를 같이 읽어보아요.
《여수의 사랑》 이후 펴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그리고 장편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이르는 한강 문학의 공통 주제는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고 고통스럽게 스러져간 이를 애도하는 상상력과 관련된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특정 역사와 관련한 트라우마로 강렬하게 다가와서 그렇지, 사실 한강의 문학은 역사적이기보다 인간적이고, 더 깊게는 신화적이다. 그러니 그녀의 문학을 두고 역사적 진실과 관련한 특정 입장에서 판단하려 든다면 제대로 된 접근법에서 멀어진 것일 수 있다. 역사적 사실을 넘고 초극하여 고통의 심연에서 지극한 인간적 진실을 고통스럽게 탐구한 작가가 바로 한강이기 때문이다.
한강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함께 울어줄 매우 큰 “텅 빈 항아리”를 작은 몸 안에 지닌 작가다. 특히 가부장 중심 사회에서 고통받고 이해되지 못했던 여성의 고통과 존재론적 변신을 위해 오래 고뇌했다. 세상에서 고통받는 여성들, 신체적 정신적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 자기 삶의 자리에서 뿌리 뽑힌 채 상처받은 디아스포라들과 함께 울며, 그 항아리를 곡진한 눈물로 채운다. 함께 울며 ‘괜찮아’라는 말로 달래고 싶어한다. 한강의 언어 중에 ‘괜찮아’라는 말은 은근한 마력의 매력을 풍긴다.
“왜 그래” 대신 “괜찮아”라고 말하는 마음
<괜찮아>라는 시가 있다. 난 지 두 달 된 아이가 저녁마다 울자 시적 자아는 “왜 그래”라는 말을 안타깝게 반복하면서 애태웠다. 그러다 문득 “괜찮아”라는 말로 바꾸어 위로했더니 며칠 뒤부터 아이의 저녁 울음이 그쳤다는 이야기다. “왜 그래”는 따지듯 걱정하는 목소리다. 반면 “괜찮아”는 공감하며 끌어안는 마음의 소리다. 진심으로 위로하며 치유를 기도하는 말이다.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p. 76)을 들여다보며 “괜찮아”라며 달래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속 깊은 작가의 마음이다.
그러나 세상은 사실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기에 “괜찮아”라는 말이 괜찮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내 여자의 열매>나 《채식주의자》에서 여성 인물 옆에는, 그녀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런 눈과 목소리가 없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헤아려줄 마음의 눈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힘들다. 여리고 취약할 뿐이다. 먹고 마시기 힘들고 심지어 숨 쉬기조차 힘들다. 이렇게 숨 쉴 수 없는 존재들, 그 숨 막힌 존재들이 나름대로 숨 쉴 수 있도록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과 생명의 음표를 감각적 리듬에 실어 소통하고자 한 것이 한강 문학의 핵심적 특성이다.
[특집 칼럼]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이야기 2 : 숨 쉴 수 있게 하는 “괜찮아”라는 생명의 음표 중 일부 발췌
함의영 대표는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 기획팀장을 그만두고 정보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느린 학습자를 위한 책을 만드는 피치마켓을 설립했어요. 피치마켓은 ‘정보가 일치해 속여서 팔 수 없는 고품질의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라는 경제학 용어인데요. 정보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피치마켓이라고 이름 짓고, 느린 학습자가 세상을 읽을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느린 학습자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서 전전긍긍하지 않고, ‘느린 학습자 교육의 실세권화를 만들자’를 목표로 삼고 있는 피치마켓의 함의영 대표. 느린 학습자를 위한 문화 확산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를 통해서 함의영 대표를 만나봅니다.
마을에 자리잡은 다세대주택을 새롭게 연결해 만든 도서관이 있습니다. 은평구에 위치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인데요. 도서관을 커뮤니티의 중심 공간으로 건축한 최재원 건축사는 기존에 있던 다섯 개의 건물을 이었습니다. 기존의 건물 재료인 ‘외벽’ ‘방’ ‘골목’을 남기고, 그것을 연결해 마을의 기억을 담은 것인데요.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마을 한가운데에서 주민들을 이어주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조용하지 않은 도서관에는 마을 행사장으로 쓰이는 청소년 힐링캠프, 도서관 라디오를 진행하는 방송실, 청소년들이 직접 꾸민 미디어교육실 등이 있죠. 오늘날 도서관은 마을의 다양한 문화를 이어주기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구산동도서관마을뿐만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는 국·내외 도서관은 어떤 곳이 있을지 최재원 건축사의 강연을 통해 알아봅니다.
<저장된 풍경> <콜라보 씨의 일일>등 다수의 앨범을 내고,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지 20년이 지난 김목인은 에세이도 쓰고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번역을 처음 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적이었다고 해요. 음악을 하기 전에 2002년부터 미국 소설가 잭 케루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싶다는 팬심으로 출판사들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당시에는 모두 반려되었어요. 그러나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던 2014년에 무슨 운명처럼 케루악의 소설을 옮겨보겠느냐는 제안을 출판사로부터 받았죠. 그렇게 잭 케루악의 《다르마 행려》를 옮기며 다른 책들의 번역도 맡게 되었다고 해요. 실은 싱어송라이터를 하기 전에도 영화를 하려다가 우연히 영화제의 기념품이었던 빨간 수첩에 메모를 하며 가사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아직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에게 “자신이 꾸준히 좋아해온 것들을 작은 단위로 정리해두”라고 말하는 김목인의 인터뷰를 그의 음악과 함께 만나보아요.